김치·참치공장도 AI 도입… 미세한 변색·뼛조각까지 잡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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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07. 오후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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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일상을 바꾸다] [3] 제조현장 들어온 AI… 생산 속도·품질 높여

AI 로봇 166대가 인간 대신 일한다 - LG전자가 미국 테네시주 가전 공장에서 운용 중인 AI(인공지능) 무인 운반 로봇. 총 166대가 공장 바닥에 부착된 3만개 이상의 위치 데이터(QR코드)를 바탕으로 최적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산출, 최대 600㎏의 적재함을 실어 나른다. /LG전자

전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김치, 참치에도 이미 AI(인공지능)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간 2억캔 이상의 참치캔을 판매하는 동원F&B는 지난해부터 혹시 제품에 섞일지 모를 참치 뼈나 이물질을 잡아내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 이 역할을 해왔던 X선 장비에, 20만장이 넘는 참치 뼈 이미지를 학습한 AI를 탑재한 것이다. 회사 측은 “육안이나 X선으로 못 잡아낸 아주 미세한 뼈까지 AI는 잡아낸다”며 “X선 장비만 쓸 때보다 검출 성능이 6배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했다. 또 AI는 작년부터 참치 꼬리 부분의 절단면 색상·무늬를 판별해 참치 등급을 A·B·C로 나누고, 원양어선의 참치 떼 이동 경로 탐색과 예측까지 담당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김치용 배추 등급 선별에 AI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현재 막판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총 네 등급으로 나눈 배춧잎 사진 수천장을 학습한 AI가 배추를 스캔해서, 해당 배추가 어떤 등급인지 분류해주는 것이다. 평균 정확도는 88%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깨씨무늬(흑색 반점)가 없는 1등급은 94.6%, 다량으로 있는 4등급은 100% 정확도를 보인다”며 “그간 사람이 수작업으로 해왔던 배추 품질 분류의 정량화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화장품·반도체 공장에도 AI

식품, 화장품, 가전, 반도체 등 사업 영역을 불문하고 최근 제조 현장에는 AI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기존에 사람이 하던 어렵고 힘든 일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24시간 쉬지 않고 하면서 작업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AI를 도입한 기업들의 얘기다.

화장품 업계도 최근 ‘뷰티 테크’ 열풍과 함께 AI 도입이 한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일 AI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화장품 ‘비스포크 에센스’를 내놨다. 고객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100만여 건의 피부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주름·모공 등 피부 상태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에센스를 제조해주는 것이다. 국내 대표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인 코스맥스도 3년간의 연구 끝에 AI로 화장품의 사용감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해 신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그간 개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해왔던 수분감, 발림성과 같은 특징을 AI가 학습해 1~5단계의 수치로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에도 AI가 수율(생산품 중 정상품 비율)을 높이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12월부터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얇은 막(박막)을 씌우는 증착 공정에 AI를 도입했다. 장비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백 개의 데이터 가운데 박막의 두께 등 최종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선별해 정확한 ‘가상 계측(計測)’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AI의 이름은 ‘판옵테스 VM’. 회사 관계자는 “그리스 신화에 눈이 100개 달려 모든 걸 다 보는 거인의 이름에서 따왔다”며 “AI 접목 결과 품질 지표가 21.5% 개선됐고, 수율까지 높아졌다”고 했다.

확산하는 AI 스마트공장

LG전자는 세계 가전 업계에서 손꼽히는 AI 공장을 한국과 미국에 운영 중이다. 경남 창원의 ‘LG스마트파크’는 기존 공장과 쌍둥이처럼 똑같은 ‘디지털 가상 공장’(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10분 뒤의 생산라인 상황을 미리 예측한다. 어느 장비에서 고장이 날지, 어떤 라인에서 자재가 부족할지를 AI가 예측해 사전 해결하는 것이다. 30초마다 공장 안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AI가 분석한 결과다. 미국 테네시 공장에선 166대의 AI 무인운반차가, 공장 바닥에 붙은 3만개 이상의 QR코드를 바탕으로 최적의 이동 경로를 산출해 각종 자재를 실어 나른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엔 사람이 하루 6000번 이상 수행해왔던 일을 AI 로봇이 대체한 것”이라며 “세탁기 테스트 과정도 이젠 카메라 달린 AI 로봇팔이 도맡아 한다”고 했다. LG전자는 현재 63% 수준인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을 내년 중 7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제조 시장 규모는 2021년 3050억달러에서 연평균 10.5% 성장해 2025년엔 4550억달러(약 57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기자 프로필

사회부 경찰팀, 법조팀, 주말뉴스부, 산업부 유통팀, 부동산팀, 자동차팀, 베트남 특파원을 거쳐 다시 산업부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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